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것
나는 장로교 계통의 신학교를 졸업했다. 우리학교에서 강조하는 신학은 2가지인데, 첫 번째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이며, 두 번째는 하나님의 예정이다.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다보니 인간미가 없는 게 우리 교단의 신학이다. 차갑고, 날카롭고, 아프다. 그래서 학부 때부터 교수님께서는 머리로 생각하지 말고 가슴으로 느끼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모든 학생에게 "칼빈주의, 라스베가스 공항으로 가다"라는 책을 읽게끔 하셨다. 그때는 왜 이런 책을 읽게 하시는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목회를 하면서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교리와 신학은 사람들이 하나님께 나아가게 하기보다, 사람을 찌르고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바탕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은혜가 될 수 있으나, 기독교 배경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서운 하나님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칼빈주의, 라스베가스 공항으로 가다"라는 책에서는 (지금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예수를 믿으려고 하는 한 사람에게 칼빈주의자가 복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만 주는 이야기가 나온다. 찰스 스펄전은 "사람 낚는 어부(The Soul Winner)"라는 책에서 이러한 점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복음 전도에 있어서는 칼빈주의자가 되지 말고, 복음주의자가 되라는 권면이었다. 차라리, 초신자에게는 Methodist(메소디스트, 감리교)처럼 복음을 전하라고 말했다.
학부생 때 스펄전 목사님의 글을 읽고서는 "어떻게 이렇게 과격하게 이야기 하지?"라고 생각했었다. 청교도이며 철저한 칼빈주의자 침례교 목회자였던 분이 어떻게 하나님의 예정보다 인간의 선택을 더욱 강조하는 감리교처럼 복음을 전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목회 현장에 들어와서 성도들을 만나고 신앙의 기초가 없어 방황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무슨 말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
학교에서는 선택과 예정에 대해서 주로 가르쳤다.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양과 염소"에 대해 가르쳤고 에베소서 1장에 나오는 "선택과 예정"에 대해 가르쳤다. 구원은 은혜로, 선물로, 거저 받았음을 가르치는 게 칼빈주의 전통에 선 장로교의 주된 교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회 현장에 나와보니 선택과 예정의 교리보다는 "하나님은 모든 인류가 구원 받기를 원하신다"는 메시지가 더 힘차게 선포되어야 함을 느낀다. "내가 선택 받았고, 구원이 예정된 사람이에요!"라고 고백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듣기에는 교만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구원 받기 원하신다"는 메시지는 모두에게 은혜가 되며, 전도할 이유에 대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가져다 준다.
디모데전서 2:4에서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으며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르기를 원하시느니라"고 말씀하셨다.
디모데전서 2:6은 "그가 모든 사람을 위하여 자기를 대속물로 주셨으니"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칼빈주의자들은 칼빈5대 교리(TULIP)를 가지고 "제한 속죄"를 주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피가 헛되이 흘려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을 위하여"라는 말을 성경에서 삭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에스겔 18:24에서도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내가 어찌 악인이 죽는 것을 조금인들 기뻐하랴 그가 돌이켜 그 길에서 떠나 사는 것을 어찌 기뻐하지 아니하겠느냐"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주님은 심판의 주이시면서 동시에 사랑과 용서의 주님이시다. 돌이키는 것을 기뻐하시는 분이시다.
그렇다. 이게 목회다.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기 원하는 게 아버지 마음이다.
돌이키는 자를 기뻐하시는 게 하나님 마음이시다.
그걸 가장 원하시고 기뻐하시는데,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그 진리를 아는 데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그렇게 살 것이다.
미국에 가서도.
'교회와 신앙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80세 권사님 가정심방(병환 심방) 이야기 (0) | 2025.02.13 |
---|---|
수련회 아침 QT 묵상 나눔 질문(전도서, 에베소서) (0) | 2025.02.07 |
신년특별새벽기도회 찬양 콘티 (2025년) (0) | 2025.01.02 |
교회 건축에 대한 생각 (2) | 2025.01.01 |
부목사 현실 "내일 당장 짐 싸서 나가세요." (0) | 2024.1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