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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에 대한 생각

일하는 목회자 발행일 : 2025-01-01

 

오늘은 교회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그동안 몇 교회를 경험했는데요. 교회 건축과 관련하여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몇 가지 케이스를 살펴보면서 교회 건축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교회 건축 중단 사례

첫 사역지는 설립된지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교회였습니다. 몇 번의 건축과 확장을 하며 4,000명 규모의 성도들이 예배드리는 대형교회였습니다. 주차장 부지도 굉장히 넓었고, 지하철이 도보로 200m 앞에 있는 교회였습니다. 원로 목사님께서 교회 건축을 마지막 비전으로 진행하셨지만, 건축 진행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시고 65세에 조기 은퇴를 하셨습니다. 원로목사님과 건축위원회 장로님께서 제가 부교역자로 부임했을 당시, 새로운 담임목사님이 위임을 받아 세워지셨고, 교회는 빚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목사님이 새로 오시고 교회가 안정되자, 교회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성도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성전이 오래되어 1층 로비가 굉장히 협소하고 예배 장소만 커서 성도들이 담소를 나눌만한 카페도 필요했고, 제자훈련하는 교회로 탈바꿈 하기 위해 소그룹실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교회 건축의 필요성도 있고 열망도 있었지만 교회는 결국 건축을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건축 실패의 경험이 성도들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왔던 것이죠.

 

다음 사역지는 상가 교회였습니다. 300여명의 성도들이 모였을 때, 교회 건축을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과 겹치면서 미뤄지게 되었고, 코로나가 끝난 뒤 건축을 하려고 했으나 전보다 두 배 이상 올라버린 대출 금리와 내수 경제 침체로 인하여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공동의회 때 건축 이야기가 나왔으나 결국 잠정적으로 건축이 미뤄지게 되었습니다. 이걸 보면서 교회 건축은 결국 타이밍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코로나 전에 했다면 성공적으로 건축하고 교회도 더욱 부흥했을 것입니다.

 

교회 건축 후 사례

다음 사역지는 이미 건축된지 10여년 정도 된 교회였습니다. 이 교회도 역시 300여명의 성도들이 되었을 때 건축을 진행했는데요. 당시 건축비는 50억 정도 들었다고 합니다. 건축하고 크게 부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성도들의 숫자가 크게 늘지 않았고 매달 대출이자와 원금으로 교회 사역은 움추러들게 되었습니다. 선교, 전도, 지역사회 섬김과 같은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을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교회는 고정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불을 끄고, 냉난방을 아꼈습니다. 그러다보니 교회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이는 새로운 성도들의 유입을 막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습니다. 제가 부임했을 당시에는 원로목사님이 은퇴하시고 새로운 담임목사님이 오시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느낀건, 교회 건축 자체도 굉장히 어렵지만 건축 후 교회를 이끌어 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재정적으로 한번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 교회사역은 움추러들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 건축의 재정,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교회 건축과 관련된 여러 상황을 보면서, 앞으로 한국교회에서 교회를 건축하는 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 건축은 성도들의 재정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건축을 한 교회는 헌신된 장로님, 권사님 가정이 있었고 그분들은 억 단위의 헌금을 하며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이러한 분들이 교회에 많지 않다면 교회 건축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교회는 건축은 하였으나 교회 대출이 쌓이기 시작하여 원로목사님이 은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60억원의 대출이 남아 있는 교회를 보았습니다. 새로 오신 목사님이 매년 1-2억 정도씩 갚고 계시지만 교회 건축헌금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교회를 짓고나면 주인의식이 사라지는 걸까요? 그래서 교회 건축 과정에서 헌신된 분들이 많이 나오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경제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어른세대보다 못 사는 자녀세대가 등장하기 시작할 겁니다. 물가는 치솟았고, 젊은 세대는 돈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건축은 전보다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무리한 건축을 하기보다, 교회 자체의 사역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건축을 하려다가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이 움추러드는 것을 보면서 뭐하러 건축을 하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건물이 있지만) 돈이 없어서 선교도 못하고

전도도 못하고 지역사회 섬기도 못하는 교회는 무엇을 위한 교회일까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모델의 교회가 등장하면서 이제 건물 중심의 교회에서 사람 중심, 사역 중심의 교회들이 더욱 부흥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빚이 있는 교회 건물은 축복이면서 족쇄입니다. 20년, 30년 전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건물 중심의 교회가 아닌, 새로운 대안이 필요합니다. 저와 같은 3040세대 목회자들에게 맡겨진 사명은, 믿음의 선배들이 헌신하여 지어 놓으신 건물의 교회를 잘 유지하고, 그것을 토대로 사역의 열매를 맺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무리한 확장과 건축은 지양하고, 지어진 토대 위에서 무형의 사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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