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역 일기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목회자가 되겠다고 서원하고 여기까지 왔다. 학생 때는 몰랐다. 주변에서 목회 어렵다 말해도 들리지 않았다. 어려운들 어떠리 주님을 위한 일이면 몸이 부셔져라 일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몰라줘도 괜찮고 하나님만 알아주시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던 사역의 길이, 이제는 하나님이 보이지 않고 사람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결국 사람 때문에 지쳐가고 있다.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의 구조상 하나님보다 사람이 앞설 때가 있다. 담임목회자는 헌금을 내는 성도들의 의견 하나 하나에 집중해야 하며, 부교역자는 성도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려는 담임목회자를 돕기 위해 철저히 헌신해야 한다.
목회자는 말씀에 해박하며, 기도에 성실하며, 예배에 은혜가 있고, 자기관리를 잘하며, 마음이 따뜻하고, 눈이오나 비가오나 교회에서 자리를 지키는 무거운 엉덩이가 필요하다. 거기에 성령의 은사까지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을 디폴트 값으로 깔고 있어야 사람들의 눈에 보기에 평범한 목사님이 될 수 있다.
돌아보면 나는 사람의 시선에 왜 이리 흔들리나 싶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고, 그 외의 것들은 주님께 맡기고 주님이 판단하실 일을 사람이 판단할까봐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앞으로 한국교회 미래가 어둡다고 말할지라도 우리 주님은 세상의 빛이시기 때문에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 걱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서서히 지쳐가는 이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좀 더 힘을 내고 싶은데 어찌 이겨내야 할지 고민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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