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역 일기 - 목회자가 지칠 때
목회자는 일종의 서비스직이다. 하고 싶은 말 다 하면서 사역하는 목회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불편한 마음이 들어도 웃으면서 넘겨야 한다. 바로 그 점이 목회자를 지치게 만들고 병들게 한다. 성도는 목회자를 어려워 하고, 목회자도 성도를 어려워 한다. 그러다보니 상호간에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소통의 부재로 인한 상처가 생긴다.
내가 가장 상처를 받을 때는 자기 할 말 다 하는 성도를 만날 때다(나는 못하는데). 목회자와 성도 간에 상호 존중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를 깨고, 내 마음 깊숙히 들어와서 본인이 교회에서 경험한 실망과 상처를 다 쏟아놓을 때, 내 마음이 아프다.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있자면 '심리상담사들은 얼마나 힘들까?'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그 성도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그 사람의 마음이 나을 수 있기에 끝까지 들어주지만 반대로 내가 그 에너지를 삼키는 순간 이번에는 내가 병들고 만다. 그래서 목회자는 상담사처럼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상담사가 내담자의 상황에 과몰입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처럼, 목회자도 그래야 하는 것이다. 내게 쏟아놓는 말이 나로 인해 상처 받았다는 내용일지라도 너무 미안해 하거나 괴로워 하지도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걸 삼키는 순간 내가 병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예수님은 참 대단하시다. 3년 반 동안의 공생애 기간 동안 수많은 연약한 자들을 만나셨는데 단 한 번도 힘들다고 말씀하신 적이 없다. 새벽부터 그날 늦은 밤까지 병자를 고치시고, 소외된 자들과 교제의 시간을 가지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시다. 나 역시 그 모습을 닮기 원하지만, 내 삶을 온전히 예수님처럼 드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예수님은 대단하시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목회자는 사람 때문에 지치고 사람 때문에 힘이 난다. 학부생 시절 '인간행동과 사회환경'이라는 과목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 교수님이 인간관계에 대한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사람은 세 종류가 있는데, 첫째, 함께 있으면 에너지를 주는 사람. 둘째, 함께 있으면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 셋째, 주지도 뺏지도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과 다 가까이 지내려고 하지 말라고,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다. 대신, 정말 극소수의 에너지를 주는 사람과 늘 가까이 있고자 애쓰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런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라고 하셨고 2-3명 정도 있으면 축복이라고 하셨다. 나는 그때 교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목회 현장에서 이것을 적용하며 힘내고 있다. 내게 에너지를 뺏어가는 사람은 굳이 쳐다보지 말아야겠다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대신 내게 늘 힘을 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을 바라보며 전진하자고 다시 다짐한다. 몇몇 사람 때문에 힘 빠지지 말고, 나와 함께 해주고 나와 비전을 공유하며 하나님 나라 사역에 동참하기를 소망하는 그 사람들, 내게 주신 축복의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며 달려가야겠다고 오늘 다짐한다.
내게 힘이 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생각해보니 많다. 서울을 떠나 내가 있는 용인까지 따라와준 진씨 형제, 내게 아론과 같은 존재인 정호, 나의 오른팔 예은, 나를 아껴주는 성은, 사랑으로 섬겨주는 향숙 권사님과 선영 집사님. 그리고 함께하는 김목사님, 김전도사님, 내게 기둥같은 담임목사님. 이들만 바라보고 달려가고 싶다. 그게 행복의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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