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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일하는 목회자입니다.

일하는 목회자 발행일 : 2023-04-16

일하는 목회자라니, 놀라셨나요? 지금은 낯설지만 10년 후에는 종종 듣고 20년 후에는 흔하게 듣게될 소개입니다. 그때는 저뿐만이 아니라 동료 목사님들 대부분이 일하는 목사님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단언할 수 있냐구요? 데이터화된 통계 자료가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목회자들이 일해야 하는 이유

현재 우리나라 한국교회 성도의 평균 연령은 몇 살일까요? 2023년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교회에는 만 60세 이상 성도가 무려 36%나 된다고 합니다. 10년 뒤면 10명중 4-5명은 만 60세 이상의 사람들인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목회 현장에서 보면 아직도 50대, 60대가 주축으로 교회 사역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60대가 되어서도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섬김의 자리에 있는 것이지요. 지금 50~60대가 70세가 되면 바뀔까요? 아니요. 그분들이 계속 섬김의 자리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한국교회 10~30대 비율이 10%가 안되기 때문이에요.

 

30~40대의 교회 참여도는 50~60대에 비하면 25%p나 낮다고 합니다. 50~60대는 소그룹 참여도가 58%인것에 반해 30~40대는 33%밖에 안 된다고 해요. 물론 30대 성도들은 자녀가 어리다보니 소그룹 모임 참여가 어려울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도 낮은 수치인 것 같습니다. 한국교회 미래가 밝아보이지는 않네요.

 

그림으로 보면 한국교회의 인구 피라미드 도형은 역삼각형▼입니다. 젊은 세대는 없고, 노년층이 많습니다. 교회도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보니 돈이 필요합니다(큼직하게는 교회시설 유지비, 교역자 사례비, 행사비 등). 지금까지는 주축이 되었던 50-60대의 헌금으로 인하여 교회가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베이비부머 세대가 하나 둘씩 은퇴하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게 되면 교회 재정은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교회시설 유지비를 한번에 줄일 수 있을까요? 가장 쉬운건 인건비입니다. 교역자 사례비를 줄이는 것이죠. 동결시키거나요. 그러면 교역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리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최근 목회데이터연구소와 기아대책이 여론조사 업체에 의뢰하여 통계를 냈는데요(링크). 부목사 553명 대상으로 물어봤습니다. 현재 전임사역을 하면서 부업을 하고 있다는 비율이 10%나 되더라구요. 저 역시 부목사로 새벽기도 후, 또는 퇴근 후 쿠팡 플렉스 같은 단기알바라도 해볼까?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제가 받는 사례비는 부목사 553명 대상으로 조사한 금액의 딱 평균이더군요. 평균이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물며, 한달에 200만원도 못 받는 부목사님들은 어떨까. 정말 괴롭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역자도 사람입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구요. 가정을 먹여 살릴려면 사역 외의 부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일하는 목사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 - 이중직 목회

제가 신학교에 다닐 때 선배들이 진작부터 그런 말을 했었습니다. 학교다닐 때 일하는 목사로서의 비전을 준비하라구요. 그래서 학부 3학년 때부터 부랴부랴 타과 수업을 들으며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졸업 후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한번도 사용해본 적은 없어요. 언젠간 쓸 일이 있겠지 그런 생각만 있습니다. 군대에 가서는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지게차 자격증도 필기는 붙었는데 아쉽게도 실기에서 떨어졌습니다. 전역 후 교회에서 기타좀 쳐본 경험을 살려서 초등학교, 중학교 방과후학교 기타 선생님으로 2년 반 정도 일했습니다. 시간당 3만원 주는 학교도 있었고, 1인당 25,000원씩 매달 주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노력 대비 수입이 짭짤했습니다. 아르바이트도 이것 저것 많이 했어요. 신학대학원을 다닐 때는 아르바이트 주 2회, 교내 근로, 파트 전도사 사역을 하며 20대를 보냈습니다.

 

지금은 30대 중반의 부목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습니다. 결혼도 했고, 자녀도 있습니다. 사역을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20년 뒤 내가 담임목사가 될 시기가 되었을 때 내가 사역할 자리가 있을까? 한국교회가 무너져간다는 이야기를 이미 20대 초반부터 들었기 때문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교회 미래는 매우 어두웠습니다. 많은 교계 어른들, 교수님들께서 이제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선교사의 마음으로 교회를 섬겨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겨울이 온 것이죠.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기술을 배워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사역을 하면서 야간대학 자동차과 다녔어요. (사역과 학업 같이 해보니 너무 빡세더라구요. 그래서 겨우 한 학기만 다니고 졸업하지는 못했습니다.) 카센타 일자리를 알아보았습니다. 면접을 보니 정비하는 젊은 친구들이 배달로 다 빠져나갔다고 해요. 정비하는 것보다 배달이 더 돈을 많이 번다면서요. 그래서 관련학과 졸업도 하지 않고, 자동차정비기능사 자격증 딸랑 하나만 있는 저를 고용하겠다고 하더군요. 급여는 세 달간 250만원, 그리고 세달 후에는 280만원 이상을 준다고 했습니다.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면서요. 도장 파트에서 일하게 될거고, 하루 종일 페인트 뿌리고 마스크 쓰고 있어서 힘들지만 일하는 만큼 벌어갈 수 있다면서 잡더라구요. 고민됐습니다. 제가 인터넷에서 알아본 금액보다 훨씬 나은 급여였어요. 그렇지만, 일단 내 정체성은 목사고, 부르심을 받은 자니 하나님이 목회를 위해 쓰시는 데까지 해보자 생각이 들었고, 아내와 최종 상의 후 안 가기로 했습니다.

 

교회를 떠나는 목사들

느헤미야 13:10(새번역)

"내가 또 알아보니, 레위 사람들은 그 동안에 받을 몫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레위 사람들과 노래하는 사람들은 맡은 일을 버리고, 저마다 밭이 있는 곳으로 떠났다."

 

목사가 생계의 위협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사명으로 교회에 남아있는 분들도 계실거예요. 그렇지만, 내 자식 당장 먹을 음식 없어서 울면서 밥달라고 하는데 기도만 하는 아빠가 있을까요? 느헤미야 13장 10절 마지막에 써있는 것처럼 저마다 밭이 있는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 저자이신 김남준 목사님께서 책에서 그러셨습니다. 한 신학생이 등록금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팔다리 멀쩡하면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등록금 내라구요. 하나님께 까마귀를 보내달라고만 기도하지 말고 건강한 육신을 주신 주님께 감사하며 일하라고 하셨습니다. 목사라고 기도만 하나요? 일할 수 있으면 일해야죠. 사지에 몰리면 목사도 가장으로써 일해야 해요. 

 

어떻게 보면 저는 세속적인 목사에요. 썩은 목사입니다. 왜냐하면 교회와 하나님 나라보다 제 가정을 더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저는 선배 목사님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분들이 교회와 성도들, 하나님 나라만을 위해 살다가 결국 가족들에게 버림 받고, 자녀들이 방황하고 신앙을 잃어버리는 것을 보면서 얻은 교훈이 있습니다. 그분들과 같은 꼴 당하고 싶지 않아요. 나이 많으신 지긋한 목사님들 중 몇몇 분들은 전도사 시절 저에게 이렇게 조언해주셨었습니다. "전도사님, 가정이 첫번째 교회입니다. 가정을 버리면 안 됩니다. 저처럼 돼요." 그분들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 저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요. 하나님 나라도 세우고, 가정도 세우고 싶습니다.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하는 부교역자들. 성도 10명이 안돼서 자비량 목회자로 섬기고 계신 수많은 담임목사님들. 우리 목회자들의 처우가 나아지길 바랍니다. 말씀과 기도, 하나님 나라에만 집중할 수 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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