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일하는 목회자 :: 어쩌다 쿠팡으로 출근하는 목사 책을 읽고..

일하는 목회자 2024. 10. 31. 23:29

예전에 교회를 사임 후, 어쩌다 쿠팡으로 출근하는 목사라는 책을 읽었다. 목회 현장에서 부목사가 느끼는 감정을 숨김없이 직설적으로 써놓아서 적잖히 충격을 받았다. 거기에 나온 대부분의 내용이 공감이 되었다. 내가 겪었던 현실이었으니까..

 

목회는 직업이 되어선 안 되고, 생계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도들과 속사도, 초대 교부들. 그 누구도 생계를 위해 목회를 하지 않았다. 사명따라 말씀과 기도에 힘쓰는 자가 되었던 것이지 생계 유지 수단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목회 현장은 목회자가 성도들의 헌금으로 먹고 사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듣기 좋은 말, 축복의 말 밖에 해줄 게 없다. 좋은 게 좋은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편히 살다가 천국 가는 게 정말 주님이 바라시는 것일까? 우리 주님은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 이르기까지 성장하는 것을 원하셨는데, 과연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신앙의 성숙도 성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목사도 성장하지 못하고, 성도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썩어가는 것이다.

 

부목사들은 담임목사의 도구가 되어 성도를 관리하고 교회를 유지하는데에 집중한다. 그리고 이걸 목회라고 한다. 나는 그런 목회는 목회가 아니고 서비스라고 정의하고 싶다. 예수님의 목회는 이게 아니었다. (제자훈련을 해야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성도가 교회에 잘 정착하고, 교회를 빠지지 않고 잘 다니고, 헌금을 잘하게 만들기 위해 모든 사역이 집중된다. 모든 사역이 생명을 살리고 키우는 데에 집중되는 게 아니라 교회를 유지하는데에 집중되어 있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속에서 소모품처럼 쓰이는 부목사들은 처음에는 이게 목회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다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회의감이 찾아오면서 자기만의 목회를 꿈꾸기도 하고, 어떤 이는 목회를 그만두기도 한다.

 

목회를 쉬는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한 교회에서 8~9년 정도 열심히 사역한 친구 목사가 올 연말에 사임한다고 한다. 그러고 1년을 쉴 생각이라고 한다. 부목사를 그만두면 생계가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당장 다시 사역을 시작하기에는 본인 상태가 좋지 못하여 무조건 쉬기로 했단다. 퇴직금을 받으면 그걸로 최대한 버티면서 쉬다가 컨디션이 회복되면 여름사역이 지났을 즈음에 파트 목사 자리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친구는 마냥 쉬기만 할 수 없으니 쉬는 기간에 신학석사(Th.M) 과정을 공부할 생각이라고 한다. 늘 부지런하고 성실한 친구다. 오랜 시간 곁에서 보았지만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참 목회자다. 그런 그가 지쳐서 쉰다고 하다니.. 얼마 전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충격을 받았으나, 나도 번아웃이 와서 간절히 쉬고 싶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내색하지 않고 대신 위로의 말을 해주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한 교회에서 8년 이상 충성되게 잘 헌신했다고 격려를 했다.

 

친구가 사임할 그 교회는 최근에 성전건축을 하고 입당을 했다. 친구는 그 교회가 개척할 때부터 함께 했다. 상가 교회에서 시작한 교회가 종교부지를 알아보고 건축헌금을 모아 성전을 짓고, 최근에 입당예배를 드렸다. 한 교회가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을 본 친구는 잠시 쉬어야겠다고 한다. 왜 1년이나 쉬려고 할까. 보지 못했어도 훤하다. 친구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사역을 했을지 보인다. 친구는 자녀가 셋이다. 세 아이의 아빠이면서 부목사로 사역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게다가 친구의 아내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눈물의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여기서 잠깐, 친구 목사의 아내를 사모라고 하지 않고 친구의 아내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교회 다니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경기를 일으키는 단어다. 목사가 자기 아내를 부를 때 '사모'라는 말을 안 썼으면 좋겠다. 성도들이 목사 부인에게 사모님이라고 하는 것까지는 막지 않겠는데, 목사가 먼저 자기 아내를 '사모'라고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아내를 사모라고 소개하는게 어색해서 제 아내라고 한다. 30대 부목사가 50-60대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에게 "저희 사모입니다"라고 하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교회 담임목사님은 부목사들한테 자기 아내 호칭을 "사모님"이라고 한다. "우리 사모가.." 라고 하면 될 것을 "사모님이.. ~했어요."라고 말한다. 참 이상한 호칭이다. 왜 자기 아내를 사모'님'이라고 하는지? 들을 때마다 어색하다.

 

아무튼, 한국교회는 참 이상하다! 나는 그게 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목회자가 돈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 특히 성도들의 헌금에 의지해서는 참 목회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일하는 목회자가 되려고 했던 것이다. (쿠팡 목사님도 그래서 목회를 그만두고 쿠팡에 뛰어든 것 같다.) 목회를 하기 위해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속가능한 목회를 위해 기술을 가지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사고를 당하면서 그 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버렸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목회현장으로 돌아왔는데 이제는 예전처럼 대충하고 싶지가 않다. 생계형 목회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관리자가 되고 싶지 않다. "목자"가 되고 싶다. 예수님이 하셨던 목회를 나도 하고 싶다. 그것이 제자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역지에서 내게 맡겨진 양들을 사랑하고, 양육하고, 훈련할 것이다. 그리고, 뒤에서 지시하는 자가 아니고 앞에서 인도하는 자가 되고 싶다. 하나님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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