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설주 곁 의자(사무엘상 1:9)
문설주 곁 의자
설교를 위해 말씀 묵상을 하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사무엘상 1장 9절에 보면 엘리 제사장이 여호와의 전 문설주 곁 의자에 앉아 있었다고 나온다. 평소 같으면 그러려니 하고 읽을텐데 시대적 배경을 생각해보니 아직 다윗이 나오기 전이다. 여호와의 성전 건물은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완성하지 않았는가? 사무엘 시대에는 아직 성막 시대 아닌가 싶었다. 혹시 한글 성경이 성막을 성전으로 잘못 번역한 것인가 싶어서 NIV 영어성경을 펼쳐보았더니 LORD's temple이라고 떡하니 성전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사무엘하 7:6에 나오는 장막과 성막
사무엘하 7:6을 찾아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다윗이 자기의 왕궁을 짓기 전에, 주님을 위한 성전을 짓고 싶다고 말씀드리자, 하나님께서 괜찮다고 하면서 너가 아니라 네 씨가 성전을 지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삼하 7:13). 그 대화 중간에 나오는 부분인데 출애굽 이후부터 다윗의 때까지 장막과 성막에서 거하셨다고 직접 말씀하시는 부분이다.
[개역개정 삼하 7:6]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던 날부터 오늘까지 집에 살지 아니하고 장막과 성막 안에서 다녔나니
[NIV 삼하 7:6] I have not dwelt in a house from the day I brought the Israelites up out of Egypt to this day. I have been moving from place to place with a tent as my dwelling.
사무엘하 1장에는 성전이 이미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사무엘하 7장에는 다윗이 성전을 지어드리겠다고 한다. 이 괴리감은 무엇인가? 이 모순은 무엇인가?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아도 이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혹여 있더라도 인터넷 상에 글을 남긴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인터넷에는 자료가 없어서 본문비평으로 저명한 WBC 주석을 찾아보니 이렇게 해설을 해놓았다.
"9절에 있는 문설주에 대한 언급은 더욱 영구적인 건물이 성막 성소를 대체했다는 것을 시사한다."(WBC)
굉장히 짤막하게 나와 있다. 주석가들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관심도 없는 구절인 것 같다. 그렇지만 이 부분은 사무엘상 3:3과 비교될 수 있다. "사무엘은 하나님의 궤 있는 여호와의 전 안에 누웠더니"라고 나오는 부분이다. 엘리 제사장은 성전 밖에 있었으며, 사무엘은 성전 안에 누워있었다. 이 부분을 통해 저자가 은근히 엘리와 사무엘을 구분 짓는 것을 엿볼 수 있다.
결론
가나안 땅 정복 후 사사 시대(사사기)를 지나면서 12명의 사사를 거치는 동안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에 잘 정착했던 것 같다. 사사 시대 기간은 약 400년으로 보고 있다. 더 이상 광야 시대처럼 떠돌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4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성막과 성소도 자연스럽게 영구적인 건물로 정착 됐을거라는 추측이다. 그렇지만 엄연히 성전과는 다른 것이었다.